아직도 이정후가 MLB 1등이라니… 그런데 파워는 부족, 이제 SF 홈런왕 솔레어 추가 영입?

아직도 이정후가 MLB 1등이라니… 그런데 파워는 부족, 이제 SF 홈런왕 솔레어 추가 영입?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이상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범과 씀씀이 모두가 그렇다. 확 달아올랐다가 확 죽었고, 쓰는 팀은 쓰고 또 안 쓰는 팀은 아예 지갑을 닫았다. 스프링트레이닝 합류를 코앞에 두고 막바지 FA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끝까지 흥미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이번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은 역대 최고 계약이 두 건이나 터져 나왔다. LA 다저스가 그 중심에 섰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이자 전 세계 스포츠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오타니 쇼헤이(30)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종전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최대 규모 계약(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는 역사였다. 오타니는 7억 달러 중 매년 200만 달러씩만 받고 나머지인 6억8000만 달러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받겠다고 선언해 이 또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른바 지불 유예 논란이 첨예하게 일었다.

오타니에게 지급되는 실질적인 금액을 아낀 다저스는 오타니에 이어 이번 FA 시장 선발 투수 최대어로 손꼽힌 야마모토 요시노부(26)까지 영입하며 역대급 지출을 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야마모토에게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 투수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에게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제안한 역대 두 번째 사례로 남기도 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에 앞서 몇몇 대어들이 속속 소속팀을 찾으며 FA 시장을 빠져 나갔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계약하며 기준점을 세운 만큼 이제 나머지 선수들이 차례로 계약하고 새 소속팀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남은 선발 최대어인 블레이크 스넬, 당초 외야수 최대어로 평가됐던 코디 벨린저, 내야 최대어로 각광 받았던 맷 채프먼 등이 모두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다. 역시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FA 시장에서 구단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며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버티고 있다. 세 선수의 에이전트가 모두 장기전의 대가인 스캇 보라스라는 점도 흥미롭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보라스는 이 세 선수에게 굉장히 높은 가격표를 붙인 상황이며, 반면 구단들은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 주저하거나 관망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성공적인 계약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역시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인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키움에 줘야 할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실질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1억3000만 달러가 넘는다.

당초 이정후는 이번 FA 시장에서 코디 벨린저에 이은 외야수 랭킹 2위, 그리고 전체 랭킹에서 10위권 정도로 평가됐다. 현지 언론들이 예상한 연 평균 금액은 약 1500만 달러 수준으로, 4년 기준 5000~6000만 달러를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정후의 기량을 메이저리그가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여기에 경쟁도 붙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중 하나인 존 헤이먼은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도 이정후에 달려들었다’면서 경쟁이 결국 몸값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헤이먼은 이정후가 현시점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승리자 중 하나라고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헤이먼은 지난 2일 자신의 칼럼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가 9000만 달러에 계약한 지 1년 만에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그에 대한 예측을 상당히 뛰어넘었다. 샌디에이고와 뉴욕 양키스가 영입전에 있었기 때문에 이정후를 확보한 샌프란시스코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계약을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아직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다 끝난 것은 아니라 최종적인 순위는 변화가 있을 예정이나 지금 현시점만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한 계약이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총액 규모로 놓고 보면 이번 FA 시장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계약이며, 최종 단계에서도 높은 순위를 보장할 수 있는 규모다.

6일 현재 2023-2024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최대 규모 계약은 단연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상상하지도 못할 금액에 계약했다. 현지 언론들은 기존 오타니의 총액 5억 달러 돌파 여부에 관심을 모았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누구도 5억 달러의 벽을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여파도 악재로 뽑혔다. 하지만 오타니는 5억 달러, 6억 달러의 벽을 넘어 7억 달러라는 상징적인 금액을 찍었다.

2위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다. 야마모토는 FA와 연장 계약을 다 합쳐 총액 3억 달러의 벽을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3위는 오타니-야마모토에 앞서 일찌감치 필라델피아와 계약한 우완 선발 애런 놀라다. 놀라는 7년 총액 1억72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그 다음이 1억1300만 달러의 이정후다. 현 시점 올해 FA 시장에서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한 선수는 오타니, 야마모토, 놀라, 그리고 이정후까지 딱 4명이다. 5위는 올스타 마무리로 최근 휴스턴과 5년 95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은 조시 헤이더, 6위는 애리조나와 계약한 좌완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의 8000만 달러다. 오타니는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라 제외하면 순수 야수 중에서는 이정후가 1위인 셈이다.

현재 남은 FA 중 이정후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최대 4명이다.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이다. 다만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계약 기간에 따라 총액이 늘고 줄 수 있어 이정후보다 아래 계약이 나올 가능성도 소폭 존재하고 있다. 모두 추월한다고 해도 이정후는 이번 FA 시장에서 ‘TOP 10’ 내 계약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이정후 하나로는 안 된다… SF, 이제는 파워 히터 찾는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 이런 규모의 대형 투자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샌프란시스코의 공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며 결국 게이브 케플러 감독이 경질되는 소동을 겪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공격력의 저하가 컸다. 물론 오라클 파크라는, 타자에게 그렇게 유리하지 않은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타율, 장타율 등 모든 공격 지표에서 내셔널리그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구장 특성상 장타보다는 타율에서 힘을 내줘야 할 좌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좌타자들의 타율도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다. 게다가 중견수 포지션의 선수들도 타율과 수비력 모두가 떨어졌다. 확실한 주전 없이 여러 선수들이 들락날락 거렸지만 자리를 차지한 선수가 없었다. 콘택트가 뛰어나고, 타율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며, 헛스윙이 적고 볼넷이 많고, 여기에 중견수 수비에서도 리그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는 이정후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었던 여건이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외에는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만한 확실한 카드를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내야수 맷 채프먼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선수가 호르헤 솔레어(32)다. 솔레어는 아직 FA 미계약자 신분이며, 장기 계약보다는 상대적인 단기 계약으로 영입할 수 있는 후보다. 지역 유력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6일 샌프란시스코가 솔레어와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의 장타력 부족을 감안할 때 솔레어는 그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이 보도에 대해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영입한 굵직한 타자는 이정후와 톰 머피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파워히터가 아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거포가 필요하며 솔레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동조했다.

이정후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다. 쿠바 출신으로 2014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솔레어는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70홈런을 기록한 파워 히터에 가깝다. 솔레어는 데뷔 초창기까지만 해도 홈런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2017년 캔자스시티로 이적한 뒤 서서히 장타의 맛을 보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미친 듯한 홈런 페이스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솔레어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이 단 두 번이었다. 그것도 2015년 10홈런, 2016년 12홈런이었다. 출전 경기 수가 적은 것도 있었고 나름의 파워는 인정받고 있었으나 홈런왕 후보까지는 아니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307경기에서 때린 홈런은 38개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 선수가 2019년 162경기에 나가 타율 0.265, 48홈런, 11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기록했으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솔레어는 타율은 계속 하락세지만 장타력은 어느 정도 유지했다. 2021년 캔자스시티와 애틀랜타를 거치며 149경기에서 27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마이애미로 소속팀을 옮겨 72경기에서 13홈런을 쳤다. 지난해에는 137경기에 나가 타율은 0.250에 그쳤으나 36홈런을 기록하며 건재한 홈런 파워를 과시했다. OPS는 0.853으로 비교군 평균 대비 28%가 좋았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의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우타 빅뱃 유형인 솔레어는 경력의 대부분을 코너 외야수로 뛰었다. 좌익수나 우익수 경험은 제법 많다. 다만 중견수 경험은 없다. 지난해에도 대부분 지명타자나 우익수로 뛰었다. 다만 현지 언론에서는 솔레어의 수비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더 이상 수비로는 공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가 영입하면 수비에 나가기보다는 지명타자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중이다.

이정후는 정교함, 솔레어는 장타력에서 강점이 있다. 사실 외야에는 코디 벨린저라는 더 확실한 공격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벨린저는 1억 달러 이상은 써야 하는 비싼 선수다. 솔레어는 더 저렴하게 일정 수준의 홈런 개수를 더해줄 수 있는 카드다. 오라클파크는 우타자가 좌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홈런을 치기 더 유리한 구조라는 점도 포인트다. 벨린저는 좌타자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솔레어는 기록보다 더 좋은 타자다. 91.3마일의 평균 타구 속도는 메이저리그 상위 19% 수준이며, 배럴 타구(발사각과 타구 속도를 고려했을 때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타구)는 전체의 15% 수준에 이른다. 이는 메이저리그 상위 9% 수준이다. 하드히트 등 전반적으로 강한 타구를 잘 만들 수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헛스윙과 삼진이 많기는 하지만 선구안이 아예 떨어지는 선수도 아니며, 홈런 타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붙는 수식어라고 봐야 한다. 사실 삼진도 많지만 볼넷 비율(11.4%)도 굉장히 높은 수준에 속한다.

‘NBC스포츠’는 솔레어와 샌프란시스코의 연계에 대해 ‘솔레어의 계약이 임박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솔레어는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580타석에 들어서 타율 0.250, 출루율 0.341, 장타율 0.512에 36홈런, 75타점, 141삼진, 66볼넷을 기록했다’면서 ‘통계에 따르면 오라클파크는 실제로 오른손잡이가 잡아당기기에 약간 더 유리하다고 나오기 때문에 솔레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 생산력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솔레어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다면 3루에서 출전 시간을 나눴던 윌머 플로레스와 J.D 데이비스의 타석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솔레어가 지명타자 자리를 유지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