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갑진년(甲辰年) 새해 시작과 함께 ‘셔틀콕 여왕’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말레이시아 오픈 정상에 오르며 기분 좋게 오는 7월 파리올림픽 메달을 향한 여정을 준비하게 됐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대만의 타이추잉을 2-1(10-21 21-10 21-18)로 꺾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안세영은 이번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으로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여자 단체전, 여자 단식) 이후 3개월 만에 국제대회 정상을 발밨다. 지난해 12월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스 전결승에서 타이추잉에게 역전패를 당했던 아픔을 깨끗하게 설욕했다.
안세영은 이날 결승전에서 출발이 좋지 못했다. 게임 초반 타이추잉에게 밀리면서 큰 격차로 1세트를 헌납했다. 하지만 2세트부터 빠르게 페이스를 회복하면서 1-1 동점을 만들어 균형을 맞췄다.
기세가 오른 안세영은 3세트에서도 타이추잉을 압도했다. 2-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6-5로 역전한 이후 마지막까지 리드를 뺏기지 않고 21점을 선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세웠다. 여자 단체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여자 단식에서도 세계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안세영은 세계랭킹 3위 중국의 천위페위를 혈투 끝에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1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무릎 통증 여파로 고전했다. 천위페이에게 2세트를 내주면서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3세트를 21-8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따내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한 달 넘게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무릎 상태는 심각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곧바로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은 재활 기간 최소 2주, 최대 5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뒤 회복에 전념했지만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절정을 과시하던 경기력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은 탓이었다.
안세영은 이번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22위 싱가포르의 여지아민에게 2-1(16-21 21-12 21-19)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안세영은 다행히 세계랭킹 17위 중국의 장이만과 맞붙은 말레이시아 오픈 준결승부터 제 기량을 되찾았다. 2-0(21-17 21-11) 완승으로 순조롭게 결승에 진출했고 끝내 트로피를 품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