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과연 7억달러 규모의 투자에 대한 수익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까.
오타니 쇼헤이와 맺은 10년 7억달러 계약은 전세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단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한 대답을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타니 계약의 특이점은 ‘지급 유예(deferrals)’ 조항이다. 총액 가운데 97.1%인 6억8000만달러를 계약기간 이후 10년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오타니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동안 우승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선수를 재정 부담없이 영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34~2043년까지 10년간 매년 받는 6800만달러를 액면 그대로 지금의 가치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현가(現價) 계산을 해야 한다. 노사단체협약(CBA)에 명시된 방법에 따르면 지급 유예가 대거 포함된 오타니 계약의 현가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치 연봉 2000만달러를 합쳐 4억6081만4765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총액이 명목 총액의 65.8% 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일계약으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 기록이다. 다저스가 오타니로부터 그만한 수익을 뽑아낼 수 있겠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타니의 마케팅 가치를 들어 수익률 100%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전문가인 MCA 파이낸셜그룹 모리 애런 사장은 지난달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다저스는 오타니와의 계약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것이다. 계약 총액의 현가가 4억6000만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라며 “아주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A 타임스는 다저스 구단이 오타니의 지급 유예분 6억8000만달러를 금융 시장에 투자해 10억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또한 LA 타임스는 ‘다저스 구단은 오타니를 통해 매년 마케팅과 광고 수입으로 5000만달러를 손쉽게 벌 수 있으며, 오타니는 이미 광고 출연 등으로 연간 5000만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연봉을 최대한 받아내는데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타니 입장에서는 굳이 다저스가 주는 연봉이 아니라도 연간 5000만달러에 달하는 광고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급 유예를 자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리처리포트 케리 밀러 기자는 지난 4일(한국시각) ‘2026년 악몽으로 드러날 10대 계약’이라는 전망 기사에서 오타니 계약을 7위로 꼽았다.
밀러 기자는 ‘오타니 계약의 손익 계산서는 그 기한이 결국 도래할 것이다. 지금은 오타니를 크게 착취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구단이 처리해야 할 딜레마로 바뀌는 티핑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이 티핑 포인트는 2028~2029년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타니가 34세를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고, 다저스는 이후에도 15년 동안 무려 6억9000만달러를 줘야 한다’고 했다.
1994년생인 오타니가 2028년 34세까지는 제 역할을 하다 이후 계약기간이 끝나는 2033년까지 5년 동안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저스는 5년치 연봉 1000만달러와 이후 지급 유예분 6억8000만달러를 합친 6억9000만달러를 오타니에게 고스란히 지급해야 한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오타니가 지난해 9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투수로 부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밀러 기자는 ‘2025년 마운드에 복귀해 만약 팔꿈치를 또 다친다면 2026년 이후 선발투수로 더 이상 던질 수 없을 것이며,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투수로서의 활약은 그냥 보너스 정도로 감안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밀러 기자는 ‘앞으로 두 시즌 동안 100홈런과 200타점 정도는 올려야 몸값을 하는 셈이 되고, 2026년에도 계약에 맞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24년 또는 2025년 월드시리즈 우승 여부도 오타니 계약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오타니를 앞세워 앞으로 2년 동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다면 오타니 계약의 수익성도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30대에 접어드는 오타니의 에이징 커브가 과연 언제쯤 올 것이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