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행을 거부하고 퇴단을 결정한 루그네드 오도어(30)를 향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 다카하시 히사노리(49)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요미우리 구단은 “오도어에게 29일 개막전 엔트리 제외 사실을 알리고 2군에서 조정할 것을 제안했으나, 오도어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퇴단 의사를 밝혔다”며 “구단은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 공식적인 퇴단 절차는 추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도어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입단할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통산 1,154경기 타율 0.230(4,044타수 930안타) 178홈런 568타점 70도루 OPS 0.710의 성적을 기록한 오도어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었던 2016년(33홈런)과 2017년(30홈런), 그리고 2019년(30홈런)까지 3번이나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거포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도어는 한국 팬들에게도 추신수(현 SSG 랜더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팀 동료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호세 바티스타와 벤치 클리어링에서 ‘핵주먹’을 날려 명장면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된 뒤 메이저리그 경력이 끊긴 오도어는 아시아 무대로 눈길을 돌렸고, 일본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와 1년 2억 엔(약 18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염색과 수염, 장발 등을 금지하는 요미우리 구단만의 특별한 팀 규율에 맞춰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까지 밀고 입단식에 등장한 오도어는 “매우 흥분된다. 팀의 우승, 일본시리즈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요미우리와 오도어의 동행은 40일 만에 막을 내렸다. 비자 문제 등으로 스프링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오도어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0.167(34타수 6안타)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은 지난 24일 시범경기를 마친 뒤 오도어에게 컨디션 회복을 위해 2군에서 조정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지만, 오도어는 제안을 거부하고 오히려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결국 개막을 3일 앞둔 시점에 요미우리는 오도어의 퇴단 소식을 알렸다.
오도어가 일으킨 전대미문의 자진 퇴단 사건을 본 일본 야구계와 팬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그중 일본과 미국 야구를 모두 경험했던 다카하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도어의 돌발 행동을 비판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에 따르면 다카하시는 “추측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오도어가) 일본 야구를 너무 우습게 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다카하시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요미우리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로 한국 팬들에게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팀 동료로 알려져 있다. 요미우리에서 10시즌을 활약한 뒤 2010년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도전한 다카하시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10승 6패 3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61의 성적을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메츠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재계약에 실패했고 이후 LA 에인절스(2011~2012년), 피츠버그 파이리츠(2012년), 시카고 컵스(2013년)를 거치며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168경기(선발 12경기) 14승 12패 14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99의 성적을 남기고 일본 무대로 돌아온 다카하시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2시즌(2014~2015년)을 더 뛰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일본프로야구(NPB) 통산 성적은 261경기 79승 13패 5홀드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고, 미국과 일본 통산 93승의 성적을 남겼다.
다카하시는 “(오도어는) 장타를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이기 때문에 솔직히 이런 (시범경기) 성적으로는 힘들다. 특히 올해 (요미우리) 외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오도어를 1군에서 쓴다고 하면 납득할 수 없다”며 “아베 감독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오도어에게 2군행을 제안한 요미우리 구단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카하시는 “일본 팀과 계약을 한 이상 일본 방식에 따라야 한다.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오도어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또 다른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는 오도어의 퇴단이 예견된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요미우리 주전 선수의 말을 인용해 “(오도어는) 메이저리그에서 실적 때문인지 자존심이 꽤 높아 보였고, 첫 인사 때부터 상당히 신경질적인 성격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경기가 끝나면 취재진의 질문에도 응하지 않은 채 큰 헤드폰을 끼고 팀 버스에 올라탔다”고 오도어가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전직 빅리거의 자존심만 내세운 오도어는 NPB 정규시즌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