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공식 경기에 승자가 되지 못했다. LA 다저스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샌디에이고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2-5로 졌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치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신 메릴(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다르빗슈 유가 마운드에 올랐다.
LA 다저스는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개빈 럭스(2루수)로 샌디에이고에 맞선다. 선발투수는 타일러 글라스노우가 출격했다.
게임 초반 분위기는 샌디에이고가 주도했다.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가 1회초 무사 1루, 2회초 무사 1루에서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3회초에는 2사 만루 위기에서 맥스 먼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잠잠하던 샌디에이고 타선도 3회말 힘을 냈다. 선두타자 웨이드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LA 다저스 선발투수 글라스노우의 폭투를 틈 타 2루까지 진루했다. 웨이디는 후속타자 메릴의 중견수 뜬공 때 3루까지 진루, 1사 3루 찬스를 상위 타선에 연결했다.
샌디에이고는 선취 득점 찬스에서 리드오프 보가츠가 해결사로 나섰다. 보가츠가 글라스노우를 상대로 깨끗한 중전 안타를 쳐냈다. 3루에 있던 웨이드가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1-0의 리드를 잡았다.
샌디에이고는 4회초 1사 3루에서 LA 다저스 헤이워드에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허용, 1-1 동점이 됐지만 4회말 공격에서 리드를 되찾았다. 선두타자 마차도와 김하성의 볼넷 출루, 프로파의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캄푸사노가 병살타를 치면서 1득점에 그친 건 아쉬웠지만 2-1로 다시 앞서갔다.
샌디에이고는 불펜진이 7회까지 다저스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잠재웠다. 하지만 5, 6, 7회 추가 득점을 얻지 못하면서 다저스에 추격의 빌미를 줬다.
샌디에이고는 결국 8회초 수비에서 무너졌다. 선두타자 먼시의 볼넷 출루, 에르난데스의 중전 안타, 아웃맨의 볼넷 출루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일단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좌익수 뜬공 때 3루 주자의 득점으로 점수와 아웃 카운트를 맞바꿨다. 동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추가 실점을 막는다면 충분히 8, 9회말 공격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8회초 1사 1·2루에서 개빈 럭스의 내야 땅볼 때 1루수 크로넨워스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리플레이를 돌려보면 불운 그 자체였다. 크로넨워스가 럭스가 날린 타구의 바운드를 잘 맞춰 1루 미트에 공을 넣는데까지 성공했지만 글러브 끈이 풀렸다. 타구가 크로넨워스의 1루 미트를 뚫고 내야를 넘기면서 다저스의 2루 주자가 득점했다. 샌디에이고가 허무하게 2-3으로 역전을 허용하는 순간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무키 베츠와 오타니 쇼헤이에 연달아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스코어가 2-5까지 벌어졌다. 게임 흐름은 다저스 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샌디에이고는 8회말 선두타자 보가츠의 중전 안타 출루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타티스 주니어가 우익수 뜬공, 크로넨워스가 중견수 뜬공, 마차도가 투수 앞 땅볼에 그치면서 득점을 얻지 못했다.
9회말 공격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선두타자 김하성이 우익수 뜬공에 그쳤고 그래험 펄리가 삼진, 캄푸사노가 2루수 땅볼로 잡히면서 그대로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2-2 동점이던 8회초 1사 1·2루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크로넨워스의 1루 미트만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면 최대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최소 1루 주자의 2루 포스 아웃 혹은 타자 주자만 1루에서 잡아냈더라면 동점 상황에서 8회초 수비를 끝내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에 만약이란 없는 법이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크로넨워스의 8회초 수비 실책을 감싸면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쉴트 감독은 게임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 참석해 “8회초 (실점) 전까지 우리는 좋은 경기를 했다. 불펜 투수들도 역할을 잘해줬다”며 “다만 8회초부터 좋지 못했고 여기서 배운 교훈도 있었다. 내일(3월 21일) 게임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투수 운용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크로넨워스의 수비 실책에 대해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건 알았다. 크로넨워스의 글러브 사이로 타구가 빠져나갔다”며 “선수들은 계속 잘해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장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크로넨워스의 실책을 ‘운’이라고 표현했다. 크로넨워스가 평소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인 만큼 1루 미트 끈이 떨어진 부분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로버츠 감독은 “크로넨워스는 굉장히 훌륭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8회초에) 글러브 끈이 끊어졌다”며 “이 부분이 우리 팀에게는 운으로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샌디에이고 5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2024 시즌 마수걸이 안타 생산이 불발됐다. 2회말 첫 타석 우익수 뜬공, 4회말 두 번째 타석 볼넷 출루, 6회말 세 번째 타석 2루 땅볼,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LA 다저스가 자랑하는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전 2타수 무안타 2삼진, 18일 팀 코리아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방망이가 1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살아났다.
오타니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전 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8회초에는 멀티 히트를 완성하는 우전 안타와 타점까지 추가하면서 기분 좋게 2024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한편 2024년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공식 개막 2연전은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야구의 세계화’의 일환이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열리는 오프닝 시리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한국 팬들 앞에서 게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