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FA 시장에는 투수 매물들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다. 이미 많은 구단이 투수와 포수의 스프링트레이닝을 시작했지만, 새 팀을 찾지 못한 FA 선수들이 다수다. ‘좌완 BIG(빅)2’로 불리는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역시 무적 상태로 머물러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도 FA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못하고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류현진이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가운데,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카일 브래디쉬, 존 민스가 부상을 당하자 FA 투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래디쉬와 민스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류현진과 마이클 로렌젠 등을 추천했다. 매체는 “볼티모어가 스넬이나 몽고메리 등 대어급 매물들에게 돈을 쓸 가능성은 없다”며 “류현진과 로렌젠이 볼티모어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볼티모어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101승 61패를 기록. 승률 0.623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에서 100승을 넘긴 유일한 팀이다. 볼티모어는 2년 연속 지구 우승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넘보고 있지만, 투수진에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브래디쉬의 이탈이 뼈아프다. 브래디쉬는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12승 7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브래디쉬는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올랐고,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은 1.04를 길고. 부문 4위에 랭크됐다. 브래디쉬는 발꿈치 부상으로 훈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볼티모어는 이번 겨울 마운드 보강을 이뤄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202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코빈 번스를 영입했다. 번스는 당시 28경기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22년에도 12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9를 마크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욕 포스트’가 류현진을 볼티모어에 추천한 이유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잔뼈가 굵은 베테랑 좌완 투수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13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해 커리어를 이어왔다. 빅리그 통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2022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 마운드에 다시 섰다. 긴 공백기, 적지 않은 나이, 부상 이력 등 류현진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류현진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해보였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초반에 불과하지만, 핀포인트 제구력을 앞세워 상대 허를 찔렀다. 여기에 슬로우 커브, 예리한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지며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압도했다. ‘건강한 류현진’은 2023시즌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FA 시장에서 꽤 인기가 있는 자원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노릴 수 있는 ‘가성비 넘치는 매물’이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예상 몸값을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으로 보고 있다. 나이와 부상 이력 탓에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없지만, 메이저리그 잔류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볼티모어 이외에도 류현진은 꾸준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함께 언급됐다. 샌디에이고도 선발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샌디에이고는 ‘에이스’ 스넬이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 이적을 노리고 있고, 마이클 와카와 세스 루고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었다. 닉 마르티네즈도 신시내티 레즈로 향했다. 선발 투수 역할을 해온 선수들이 차례로 떠나면서 마운드 높이가 낮아진 상황이다.
프렐러 단장도 추가 보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꽤 활동적이었다. 선수 보강을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했을 때 팀과 시즌을 마쳤을 때 팀은 다를 수 있다”며 추가 영입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류현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프렐러 단장은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왔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존경심이 들었다”며 류현진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류현진이 샌디에이고 영입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렐러 단장이 직접 류현진을 언급해 큰 관심을 모았다.
류현진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전력 보강을 원하는 팀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류현진이 2024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